독서 감상문 2018

요한 볼프강 폰 괴테 <젊은 베르테르의 슬픔>

nurijoy 2020. 7. 15. 16:27

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2번째 저작으로 그가 불과 25세였을 때 이 작품을 출고했다. 괴테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일명 스타의 자리에 올랐는데, 이는 이성중심의 시대에 감성을 자극하는 글을 소개함으로 많은 이들의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. 그러니까 자신이 긁지 못하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책이라고 볼 수 있다. 베르테르 신드롬이라고 파란색 조끼를 입고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. 

 

그러나 현재는 당시와 달리 감정폭발표현의 시대를 지나고 있어서 일까? 아니면 내가 꽃다운 젊은 시절을 떠나보내고,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순수함을 잃어버린 40대로 접어들면서 낭만적인 사랑의 마력에 냉담해져서일까? 그 작품이 매력적이고 호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절하게 공감하면서 빠져서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. 예를 들자면, 괴테가 작품을 출판했을 때 단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, 달콤한 어떤 것을 간절히 원하던 사람들이, 갑자기 진한 초콜릿 맛을 보고 반했다면, 나에게는 사탕, 젤리, 초콜릿 등등 달달한 것들이 주위에 널려있는데 어느 날 또 하나의 아주 맛있는 초콜릿을 맛본 것과 같다고 하겠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테의 표현이며 자연에 대한 사색 그리고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는 매우 탁월하다. 25살의 풋풋한 나이에 저술했기에 그 피 끓는 젊은이의 감성이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. 

 

소유할 수 없는 한 여인, 로테, 그녀를 사랑한 베르테르, 가질 수 없기에, 불가능이기에, 금지된 것이기에 그녀에 대한 그의 욕망은 더욱 더 뜨겁게 타오른 것일까? 만일 그가 로테와 함께 할 수 있었다면 더 이상 슬픔과 고뇌에 빠지지 않고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까? 과연 우리는 내가 가진 것들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있는 것일까? 때로 우린 결핍된 것들을 그리워하며 욕망하지만, 그 욕망의 대상도 나에게 다가오면 더 이상 나에게 이전과 같은 가치와 매력을 지니지 못한다. 어째서 인간은 나에게 주어진 축복으로 만족할 줄 모를까? 에덴동산에서 모든 것이 풍족한 중에 거했던 아담과 하와가 금지된 열매를 욕망했듯이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꿈을 꾼다. 그렇지만 나는 베르테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. 로테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그를 죽음으로까지 이끌었지만, 그의 괴로움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그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? 우리는 그 아픔의 정도와 고통의 깊이를 알 수 없으며, 그에게 충분히 공감한다면 그것이 그의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. 베르테르는 자신의 욕망을 거부하지 않고, 그러니까 스스로를 속이지 아니하고, 죽음에 연결된 그 욕망의 길로 꿋꿋이 걸어간 것이다. 

 

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? 베르테르에게는 사랑이었다. 삶을 송두리째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낭만적이고 뜨거운 사랑이었다. 어떻게 보면 사랑은 비극과 고통과 죽음이다. 라캉이 말한 주이상스, 즉 고통스러운 쾌락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. 적어도 베르테르에게 사랑은 주이상스 그 자체였다.

 

사랑이란 무엇인가?

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?

 

2018년 6월